의지 대신 시스템으로 : 나의 하루에 ‘경험치’를 도입합니다

새해를 앞두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같은 생각으로 돌아옵니다.
이번에는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입니다.
조금 더 꾸준한 사람,
조금 더 자기 관리를 하는 사람,
조금 더 스스로를 존중하는 사람.
이 바람은 해마다 반복되지만,
결과는 늘 기대만큼 따라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짐의 강도를 높이기보다는
‘방식’을 바꿔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지가 아닌, ‘구조’에 대한 질문
좋은 습관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이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정말 좋은 습관은 몇 달 유지하고 끝낼 것이 아니라,
평생 함께 가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새 해가 시작한지 길어야 한 두달,
연말이 오면 제가 항상 하던 고민이 있습니다.
그리고 역시, 올해도 똑같았습니다.
“올 해도 이렇게 그냥 어영부영 지나갔다”
“올 해 초에 내가 결심 했던건 뭐더라?”
“내년엔 진짜 좀 달라져야 할텐데…”
“여태 내 의지를 믿었는데 제대로 된 적이 있었나?”
단순한 체크리스트만으로는 부족하고,
매번 의지에만 기대는 방식도 오래가지 않습니다.
조금 더 재미있고,
조금 더 오래 붙잡고 있을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틀이 필요했습니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남에게 떠벌려라?
예전에,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자신의 목표를 남에게 떠벌리고 다니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금연을 하겠다”
“앞으로는 술을 많이 먹지 않겠다”
“다이어트를 해서 몸무게를 10kg 빼겠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 나겠다”
사실 내가 내 삶을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얼마나 망가진 삶을 살고 있는지,
남에게 보여주는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심지어,
내 스스로 잘 살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고 한다고 해도
내 삶을 오픈해서 보여주는건 저에겐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칭찬은 받고 싶습니다.
너 지금까지 잘 해 오고 있다고,
하다못해 시스템 속의 AI에게서라도 말이죠.
내 삶에 ‘레벨업(Level-UP)’이 있다면
게임을 할 때면 항상 경험치를 보고 목표를 잡곤 했었습니다.
눈에 수치가 보이면 목표로 삼고 달려가기 쉽더라구요.
“다음 레벨업 까지 얼마 안남았네?”
“오늘은 이번 ‘레벨업’만 하고 자야겠다“
“오늘은 이 퀘스트 까지만 하면 레벨업이다“
“몬스터 한 20마리만 잡으면 되겠는데?“
그런데 보통 인생의 목표는 눈에 잘 보이지가 않잖아요?
공부를 해도 나에게 남는 건 실제로 눈에 보이지 않고,
운동을 해도 스스로 실력이 느는 건 꾸준히 한다고 해도 하루 하루 느끼긴 어렵습니다.
물론, 한참이 지나서 예전의 나를 돌아보면 분명 바뀌어 있음이 느껴지긴 하죠.
근데 저같이 의지력이 약한 사람들에겐
그 하루 하루가 정말 어렵거든요.
저에겐 하루 하루 눈에 보이는 목표가 필요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리고 곧 이런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요즘 외국에서 나혼렙이 그렇게 유행이라던데…”
“나도 레벨업이나 했으면 좋겠다…”
“내 능력치에 ‘경험치(XP)’가 있다면 어떨까?”
하루의 작은 행동들이 아주 조금씩 수치로 쌓이고,
작은 목표들 마다 수치가 쌓여 레벨업을 하게 되고,
그게 모여 ‘지금의 나’ 를 객관적으로 설명해 준다면 말입니다.
오늘을 잘 살았다고 느끼는 기준이
부지런히, 바쁘게 시간을 보낸 막연한 기분이 아니라,
오늘 하루 뭘 했는지를 수치로, 점수로 볼 수 있게 된다면,
“지금 어느 구간에 있는지”가 눈으로 보인다면,
그래도 조금은 더 지속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빠르기보다는 오래가기 위하여
아직은 전부 아이디어 단계입니다.
어떤 시스템이 좋을지,
어디까지 툴(Tool)의 도움을 받을지,
어디서부터 의지로 이겨 낼지 정확한 기준은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방향은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결과를 빨리 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래 가기 위한 구조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목표도 단기간의 성과보다는
‘계속할 수 있는 상태’에 두고 싶습니다.
너무 거창한 이름은 곧잘 포기와 실패를 부르기에,
아직 프로젝트의 이름조차 정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의 나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개조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저 오늘의 나를 조금만 넘어서는 선택을,
매일매일 작게 이어가는 상태를 만들고 싶을 뿐입니다.
실험의 시작
아직은 무엇을 어떻게 만들지 정확히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글에는 구체적인 시스템 설명도,
화려한 청사진도 없습니다.
대신 처음 잡은 방향과 질문만 남깁니다.
이 정도 생각을 했으니,
이제는 머릿속에서만 굴리기보다 일단 시작해 보려 합니다.
구조는 만들면서 바꿔도 되고,
기준은 써보면서 조정해도 될 것 같습니다.
일단 제가 직접 굴러보고 얻는 경험이 이제는 더 중요하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이 시리즈는 완성된 해답을 보여주기보다,
하나의 시스템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차분히 기록하는 실험 일지가 될 예정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 막연한 구상을 조금 더 구체적인 형태로 옮기는,
그 첫 시도를 조심스럽게 꺼내볼 생각입니다.
아직은 프롤로그입니다.
그리고 이제, 천천히 시작해 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