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업 시스템으로 습관 형성 : 지금 내가 어느 구간에 있는지 알기 위하여

지난 프롤로그에서 이야기했듯, 이번 프로젝트의 출발점은 단순히 ‘더 열심히 살아야지’ 같은 막연한 다짐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였습니다.
“왜 나는 항상 열심히 살려고 노력만 하다가 제풀에 지쳐버리는 걸까?” 이 글은 그 본질적인 의문에서 시작된 습관 형성에 관한 고찰이자, 새로운 시스템의 도입기입니다.
목표는 있었지만, ‘현재 위치’는 없었다
그동안 저는 목표를 세우는 데에는 익숙했습니다.
운동하기, 외국어 공부하기, 아침형 인간 되기, 올해는 꼭 자격증 따기…
수많은 목표를 세웠지만, 이상하게도 늘 불안했습니다.
목표(Destination)는 거창하지만 명확했는데,
정작 지금 내가 어디쯤 와 있는지(Current Location)를 알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잘하고 있는 건가?”
“이 방향이 맞기는 한건가?”
“실력이 느는것 같지가 않은데…”
“이걸 한다고 뭔가 달라 지기나 할까?”
내가 어디 쯤 와 있는지 알 수 있는 지표가 없었습니다.
결국 남는 건 “이 정도면 충분한가?”, “또 흐지부지된 건 아닌가?” 하는 의심뿐이었습니다.
이 모호함이야말로 의지를 갉아먹고 습관 형성을 방해하는 가장 큰 원인이었습니다.
게임을 할 때 목표를 향해 달릴 수 있는 이유
시각을 바꿔보기로 했습니다.
우리가 몰입하는 ‘게임(Game)’의 구조를 곰곰이 뜯어보았습니다.
게임을 플레이할 때 우리는 현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행동합니다.
퀘스트를 받고 사냥을 할 때,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가장 먼저 확인하는 정보,
행동의 근거가 되는 정보는 바로 ‘레벨(Level)’입니다.
- 지금 내 레벨이 몇인지
- 다음 레벨까지 경험치(XP)가 얼마나 남았는지
- 지금 내 수준에서 도전 가능한 구간은 어디인지
이 단순한 데이터가 있으면 사람은 이상할 정도로 차분해집니다.
“아, 아직 초반이니까 약한 게 당연해”
“지금은 소위 말하는 ‘노가다’ 구간이구나”
“여기만 넘기면 스킬이 생기겠네”
“이 정도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 되겠”
게임은 나의 현재 위치를 객관적인 수치로 보여줍니다.
덕분에 플레이어는 막연한 불안감 대신, 구체적인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우리의 인생에는 이 친절한 ‘현재 위치 표시판’이 없습니다.
그래서 인생에도 레벨을 붙여보기로 했다
그래서 문득 이런 가설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인생에도 레벨 시스템을 도입하면 어떨까?”
잘 살았는지 못 살았는지를
기분이나 자책으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
지금 내가 어느 단계에 있는지를
조금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완벽한 기준이 아니어도 좋고,
누군가와 비교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다만 나 스스로에게 “지금은 레벨 3 정도의 구간이다”라고 말해줄 수 있는,
자체적인 피드백 시스템이 필요했습니다.
이걸 통해 저는 지속 가능한 습관 형성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니다.
레벨은 비교를 위한 게 아니라, 조급함을 줄이기 위한 장치
물론 온라인 게임이라면 경쟁을 기반으로 승리를 위해 달려야 합니다.
누구보다 빨리 올라가야하고,
누구보다 앞서 나가기 위한 시스템이라면
아마 저는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겁니다.
제가 원했던 건 그 반대였습니다.
이건 싱글 게임과 같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레벨을 높이기 위한 경쟁은 필요 없습니다.
제가 보고 만족할 만 한 눈에 보이는 기준만 있으면 됩니다.
- 아직 초반이라는 걸 알게 되면 성과가 없 조급해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고
- 중간 구간이라는 걸 알게 되면 정체기가 오 게 이상하지 않다는 걸 받아들일 수 있고
- 오래 걸리는 구간이라는 걸 알게 되면 목표 달성까지 남은 거리를 계산하여 속도를 조절 합니다.
레벨 시스템은 목표를 보고 성장을 재촉하는 채찍이 아니라,
불필요한 자책을 줄여주는 ‘안전장치’로 써보려 합니다.
설계도 이전의 스케치: 우리는 어디까지 갈 것인가
여기서 또 하나의 질문이 생겼습니다.
레벨은 몇까지 있어야 할까.
99레벨?
100레벨?
아니면 그냥 10단계 정도로 나누면 될까.
이것은 인생을 몇 년짜리 프로젝트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 문제입니다.
1년짜리 단기 프로젝트라면 10단계로도 충분하지만,
평생을 기준으로 본다면 훨씬 더 촘촘하고 정교한 구조가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아직 정해진 답은 없습니다.
구체적인 경험치 테이블이나 레벨업 규칙은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만들어갈 예정입니다.
중요한 것은 관점의 전환입니다.
오늘부터 저는 제 인생을 ‘하나의 긴 호흡을 가진 게임’으로 바라보기로 했습니다.
마치며: 튜토리얼 구간의 플레이어
지금 이 단계에서는
아직 구체적인 숫자나 규칙을 정하지 않으려 합니다.
레벨이 몇부터 시작할지,
어디까지 갈지,
얼마나 느리게 오를지.
이 모든 건
직접 써보면서 조정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건
인생을 하나의 긴 게임으로 보기로 했다는 관점의 변화입니다.
다음 단계에서는
이 레벨을 나누는 구체적인 기준과,
왜 반드시 ‘초보자 이전 단계’가 필요하다고 느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그리고 왜 이 습관 형성 프로젝트를
단기 목표가 아닌 장기 구조(Long-term Structure)로 설계하는지 더 깊이 있게 다뤄보겠습니다.
아직은 1화입니다.
게임으로 치면 저는 이제 막 캐릭터를 생성하고 튜토리얼 구간에 진입한 플레이어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엔딩을 급하게 보려 하지 않겠습니다.
천천히, 그리고 확실하게 경험치를 쌓아보겠습니다.